처가살이에서 가장 적응이 안되는 것은 역시나 식사시간이다.
내 생각에 식사시간의 룰이 잘 맞으면 시집살이나 처가살이의 반은 접고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다.
생각해보면 어머니가 쓰러지신 2004년 이후로는 제대로된 집밥을 먹은 적은 없지만
뚜렷한 룰이 없더라도 내 몸이 기억하는 몇가지 룰은 아주 보수적이고 안되는 것이 많았다.
부모님보다 수저를 먼저 들면 안되었고, 밥먹는다고 했을 때 TV를 본다든지 책을 본다든지 자기가 하고 있던 일은 멈추어야 했고, 식사시간에 딴 짓을 하면 안되었고, 모든 사람의 식사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떠서는 안되었다.
그런데 처가살이를 하면서 가장 안 맞는 것이 식사시간인데...
자리에 앉으는 순서대로 누구나 먹으면 되고, 밥상 차려놔도 샤워도 하고 자기 보던 TV는 다 보고 와도 되고, 식사시간에 왔다갔다 해도 되고, 자기 식사가 끝나면 다른 식구 생각하지 않고 자리를 떠도 되는 룰을 가진 처가에서는 적응이 될 리가 없다.
그러다보니 되도록이면 집에서는 밥을 먹지 말자는 기준이 내 나름대로 생겼다.
어쩔 수 없을 때만 집밥을 먹는 거로 해야 장인, 장모, 처, 딸.... 모두가 편하다.... 내가 있으면 나만 별종이 되기 때문이다.
왜 안되는가? 다 되는 것을... 시대가 지났고 장인장모보다 내가 더 어린 것이 분명한데 내가 너무 고지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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