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비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오.
아이가 어렸을 때 그린 아빠의 모습은 빨간 색의 화내는 모습이었소.
맞벌이를 하는 아내는 내가 못하는 부분도 많은 것을 요청했고 난 최선을 다해 하려고 노력했지만 못하는 것을 잘 할 수는 없었기에 화가 많이 났었던 모양이오. 그러다보니 아이가 보는 내 모습은 화내는 모습의 괴물이 아빠였을 수 있겠소.
재작년 10월경 처가살이를 시작하고 아내는 1년6개월의 휴직을 시작하고 난 후, 현재 아이가 그리는 아빠의 모습은 네가족과 분리되어있는 아빠의 모습이지요.
행복한 웃음과 가족끼리의 티격거림도 장인,장모,아내,딸의 소유물일 뿐 아빠는 겉도는 것 뿐이오. 누군가는 아빠가 바뀌면 된다고 TV 등을 통해 떠들어대지만 그게 쉬운 일이면 아비가 되는 것은 아주 쉽겠지요.
현재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다보면 내가 어렸을 때는 이해를 못 했던 것을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네. 아비가 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긴 하지만 그때도 현재도 우리 아버지는 아비였음을 난 모르고 있었소.
우리 아버지는 내가 현재 그렇듯이 부적응자, 또는 소외자로 아비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음을 요즘의 나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.